다시 마이크로 블로그를 붙잡았다.
외로운 처지에 사람 냄새 맡을 곳이라 역시 좋긴 좋다.
그래도 진지한 고민이 담긴 단상이 가볍게 휘발된다는 점에선 너무 아쉽다.
마이크로 블로그 시작하며 최대 단점은 블로그 업데이트가 뜸해진다는 점인데,
블로그 업데이트 백날 하는 것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게 마이크로 블로그의 장점이다.
목요일에 ‘젬베’라는 서아프리카 타악기를 배우러 나갔었는데, 젬베 모임 분들이 ‘평화캠프’에 공연을 하러 가셨다가 그쪽 계통의 운동가분들과 친교가 생긴 모양이다. 젬베 정모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는데 ‘평화’ ‘비폭력’ 등의 코드로 설명할 수 있는 분들이 오셔서 함께 즐기시더라.
난 뒤풀이라기에 당연히 술집으로 이동할 줄 알았는데, 그 장소에서 간단하게 과자 빵 쥬스 맥주 등을 사 와서 오손도손 얘기 나누며 놀더라. 그런 쪽 분들이 보면 대개 인상이 좋고 여유 있는 유머를 잘 구사하시곤 한다. 간만에 느낀 참 편안한 분위기.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군사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학교와 교도소 등이 있다는 것. 이거야 뭐 다들 아는 사실이겠지만 이게 다른 문제와 합쳐지면 좀 더 복잡해진다. 그 자리엔 병역거부로 감옥에 갔다 오신 분도 있었고, 앞으로 가실 분도 있었다. 감옥 내 군사문화와 병역거부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조금 아찔한 결론을 접하게 된다. 대체복무 시스템 하나 없는 빌어먹을 나라에 태어난 죄로 인해 가게 된 감옥에서조차 군사문화를 체험하게 된다는 것...
아 정말 폭력적인 세상이다.
2009년 2월 7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 김대중 전 대통령 마지막 일기 中
대중이 할아버지, 참 강인하면서도 푸근한 인상을 가졌다 느꼈는데
이렇게 로맨틱하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서로 존경하는 부부라...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이 표현은 참 그럴싸하고 정당해 보인다.
아니, 일견 멋져 보이기까지 한다.
보통 이러한 표현은 상대방이 "너 이러저러한 점은 고쳐."라는 언급을 들었을 때 그 반작용으로 튀어나오는데, 아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도 없으면서 감히 나를 사랑한다 할 수 있어? 이렇게 발끈할 만하다.
그러나 이 표현은 연인, 친구, 직장동료, 부모 자식 간을 비롯한 모든 대인관계의 기본인 '서로 맞춰나가기'를 배재하겠다는 굉장히 폭력적인 말일 뿐이다.
당신이 무언가 고치기를 바란 상대방은. 당신의 그 무언가를 싫어하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라는 표현은 "나는 당신에게 맞춰나가기 싫으니 당신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춰나가라."라는 무지막지한 선포에 불과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나는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야."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곧, 혹시 당신이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하라는 요구에 불과하다. 자신은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상대방이 맞춰나가길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폭력적 언어이다.
물론, 성향 자체가 유독 고집스럽고 이기적이라서 남들에 비해 변하기 힘든 사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A는 변하는 데 20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고, B는 변하는데 10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B가 2배 더 많이 A에게 맞춰주는 건 부당하다. 이런 상황에도 50:50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 공평하다.
왜냐하면, 바뀌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은 100% 자신의 미성숙에서 비롯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걸 근거로 상대가 더 많이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상대에게 떠넘기는, 단순한 이기심에 불과하다. 그런 성향이면 스스로 책임지고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나는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야."
이 모두 그럴싸해 보이지만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무지막지한 표현들이며, 나는 당신과 대인관계의 기본을 지켜나갈 수 없는 철없는 인간입니다라는 선포이다.
혹시 그대의 연인이 이런 표현을 즐겨 쓴다면 가볍게 머리를 쥐어박고 하늘을 바라보며 깊게 한탄하자.
'이거 언제 사람되나...'
